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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시카와 유우키, 아베 토모미 대담 인터뷰 (2013. 7. 4.)

번역 출처

 

 

아키타쇼텐의 WEB 만화 사이트 Champion 탭!(현재는 망가크로스로 통합) 오픈 기념으로 탭! 연재진 대표로 시카와 유우키와 아베 토모미의 대담을 했었음

 

Champion 탭!에서 아베 토모미는 『죽고 싶을 만큼 한심한 날들이 죽고 싶을 만큼 한심해서 죽도록 죽고 싶지 않은 날들』을 연재했고,

시카와 유우키는, 『사나기 양』을 연재했다(『사나기 양』은 과거 시카와 유우키가 연재했었던 개그 만환데, Champion 탭!에서 이어 그린 것).

 

대략 2013년 7월 경에 올라왔었던 거임

 

 

 

챔피언에는 조금 날카로운 개그 만화의 전통이 있다

 

-chapion탭!의 연재진에서, 오늘은 주간 소년 챔피언에서 연재하고 계신, 조금 독기가 있는 두 분이 나오셨습니다. 두 분은 신년회 같은 데서 몇 번인가 면식이 있었던 것 같네요. 자, 챔피언은 남성적인 이미지도 있는 한편, 아방가르드라고나 할까, 전위적인 단편이나 개그의 토양이 있는 것 같은데요.

 

아베 저는 예전에 투고했던 작품이 많이 떨어졌을 적에 투고할 곳을 찾아 헤매고 있었는데, 시카와 선생님의 "사나기 양"을 읽고 다음은 챔피언으로 하자고 결정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무렵에 챔피언에는 이외에도, "쓰리몬"이나 "24のひとみ" 같은 게 있어서, 귀엽고 특색 있는 쇼트 개그에 충실한 대단한 잡지라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시카와 확실히 챔피언의 개그는 좀 날카로운 이미지가 있지요. 제가 투고했을 때는, 오히나타 고 선생님이 "오야츠"를 그리고 있었는데, 다른 잡지에는 이런 건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죠. 뭐, 저는 점프에도 선데이에도 투고를 했었으니까 잘난 척은 못 하겠네요.

 

아베 아, 그런가요? 개그 만화로 말인가요?

 

시카와 개그 만화로요. 다른 데는 안 돼서 챔피언만 남았지만요.

 

아베 이렇게 생각해 보면 챔피언 편집부는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돼요. 시카와 선생님이 그렸던 "뭐!? 그림도 못 그리는데 만화가?"라는 에세이에도 있듯이, 다른 무수한 편집부가 발견하지 못한 재능을 발견했다! 라는 거잖아요.

 

시카와 유우키의 에세이 만화 『뭐!? 그림도 못 그리는데 만화가?』에서

 

시카와 아뇨, 무슨!

 

아베 저는 완전히 시카와 선생님의 신자 같은 사람이니까요. 저번에 단행본 3권 동시에 발매했을 때, 전부 다 진짜로 재밌었어요. 설정부터 해서 엄청나잖아요. 최전선을 달리고 있구나, 라고.

 

(* 아베 토모미가 말한 3권 동시에 발매했다는 단행본은 『버나드 양 가라사대.』, 『우울밥』, 『온노지』.

이렇게 내고 좋은 평가를 받아서 2014년 제18회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에서 단편상 수상하였음)

 

시카와 아뇨, 아뇨, 그렇게 띄우지 말아 주세요.

 

"사나기 양"은 모에 그림체로 그리고 싶었어요

 

아베 토모미 『하늘이 잿빛이라서』

 

-시카와 선생님은, 아베 선생님의 만화를 읽었을 때 어떤 인상을 받았나요?

 

시카와 언어에 센스가 있구나, 라는 느낌이었어요. 독특한 발상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약한 부분 같은 자의식의 문제를 예리하게 묘사하고 있고, 그런 게 언어 센스와 잘 매치되어서 굉장히 재밌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베 감사합니다.

 

시카와 캐릭터가 제대로 전면에 나와 있죠. 그림도 굉장히 요즘 식이어서 귀엽구요. 부럽다고 생각했어요. 역시 그림을 잘 그린다는 건…. 제가 보기에는 모든 사람이 그림을 잘 그리는 거긴 하지만요(웃음).

 

아베 그래도 시카와 선생님의 그림은 완성되어 있달까, 좋은 의미로 독자를 고르지 않는 그림이잖아요. 좀 더 그림의 표현에 여지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은, 요즘에도 하지 않으시나요?

 

시카와 가능하면 "사나기 양"은 모에 그림체로 그리고 싶었어요. 모에 그림체 진짜로 잘 그리는 사람이 그렸다면 좀 더 팔리지 않았을까요…. 아닌가(웃음).

 

아베 그래도 저는 그야말로 그 "사나기 양"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읽기 전과 읽은 후에, 만화를 그리는 방식이 크게 바뀌었어요. 귀여운 여자애가 이렇게 거친 걸 하고, 독살스러운 말을 하다니. 맨처음에 방귀 이야기 같은 게 있었죠? 뭔가 그것도 엄청 충격적이었어요. 귀여운 여자애가 방귀라니….

 

시카와 좀 아니었나요? 그 정도는 괜찮을 것 같은데…

 

아베 그래도 그거대로 귀여웠어요. 그런 캐릭터를 만드는 방식에 대해서, 제 안에서는 엄청 강하게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하늘이 잿빛이라서" 같은 데서도, 여자애가 나불나불 억지스러운 말을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캐릭터로서 성립을 하지요. 그 이전까지는 여자애는 천연이나 전파 캐릭터나, 평범한 츳코미 캐릭터 정도로만, 폭이 좁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 점에서 특히 시카와 선생님의 만화에 강하게 영향을 받은 거죠.

 

아베 토모미 『하늘이 잿빛이라서』에서. 억지스러운 말만 하는 캐릭터, 리코나.

 

10년 후에 “리얼충”이란 단어를 보면, 촌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시카와 저는 역시 "전염됩니다"(伝染るんです)가 충격적이었습니다. 거기서 시작된 부조리에 빠졌고,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건 “멋지다! 마사루"입니다. "がんばれ酢めし疑獄!!" 그릴 때는 부조리를 있는 그대로 그렸지만, "사나기 양"은, 거기에 귀여운 캐릭터를 더한 느낌이랄까요. "보노보노"의 영향도 큽니다.

 

아베 "마사루"나 "보노보노"는 제가 어릴 땐데요, 주위에서도 엄청 유행했었어요. 다들 깔깔 웃었었죠. 충격이었습니다. 다만, 지금에 와서 이전 세대의 명작 개그 만화를 읽을 때가 있는데요, 팍 오는 게 없기도 하고, 잘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있어요. 아마 이미, 후세의 만화에 영향을 너무 줘서, 당시에는 참신했던 게 지금은 평범한 걸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왠지 아깝다는 느낌이 드네요.

 

시카와 개그 만화는 시대에 좌우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아베 시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저 같은 경우에는, 유행어나 인터넷의 속어를 쓰는 것에 신중해지는 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리얼충"은 굉장히 편리한 단어지만, 10년 후에 보면 촌스럽지 않을까 하고 두려워져요. 그밖에도 지금 시대의 인간관계를 그리려면 SNS는 절대로 빠질 수가 없는데, 이것도 언젠가는 역의 전언판처럼 골동품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죠.

 

아베 토모미 『하늘이 잿빛이라서』에서.

 

시카와 이야, 엄청 공감이 가요.

 

아베 그래도 역시, 만화를 계속 그리면서 "여기선 쓰는 게 분명 더 재밌곘지"라는 생각이 들면 쓰게 돼요.

 

시카와 그렇네요. 데뷔했을 때,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면서, 보편적인 걸 그리려고 기를 썼었는데, 최근에는 더는 신경을 안 쓰고 있어요. 게다가 시대성을 완전히 무시하면서 소재를 성립시키는 건, 어려우니까요.

 

-그럼 요즘에는, 잡지에 게재되었을 때 재밌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시카와 제가 그린 걸 늘여 놓았을 때, "이 시대는 이랬구나"라고 느끼는 게, 시대와 자신의 관계성이 보여서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교한 소재보다, 캐릭터나 분위기를 그리는 게 중요

 

-시카와 선생님은 소재가 풍부한 점도 매력인데요, 소재 노트 같은 걸 쓰시나요?

 

시카와 예전엔 엄청나게 썼었는데요, 지금은 안 하게 됐습니다. 귀찮아져서. 이제 와서 예전 소재 노트를 다시 읽었을 때, 안 썼던 소재를 발굴하는 경우는 있지만요.

 

아베 보통 소재의 질은 제각각이라고 생각하지만, 시카와 선생님은 정말 모든 소재가 엄청나게 재밌어요. "온노지" 같은 건, 세계관이나 캐릭터의 관계도 만들어 가면서, 전부 재밌다는 게 대단합니다.

 

시카와 유우키 『온노지』

 

시카와 아뇨, 아니에요! 재미없는 말장난 같은 것도 잔뜩 들어가 있고.

 

아베 근데 그게 신기한 건데, 만약 다른 작가님이 같은 말장난을 했을 때는 재미없을지도 모르지만, 시카와 선생님이 하면 재밌어요. 같은 개그맨이라도 유명한 개그맨이 하면 재밌지만, 아직 무명인 개그맨이 말하면 재미없는 경우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설득력이랄까 분위기 같은 게.

 

시카와 그건 이해합니다. 저는 심야 라디오를 좋아하는데, 특히 소재 메일 코너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근데 오오기리(大喜利, 어떤 주제 및 소재를 주고 이에 대해 재치 있는 대답을 하는 형식. 일본 개그 프로그램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소재를, 순수하게 발상력만으로 평가하려고 하면, 투고 코너처럼 익명성 속에서밖에 실현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가누가 말했다"는 것 자체가, 다른 의미를 가지고 마니까요. 다만 작가성을 고려하면, 그쪽이 더 중요하기도 하겠지만요.

 

아베 그런 걸 의식하면서 그리시나요? 예를 들어서, 이건 내가 해도 재미없는 소재구나, 하면서 없애거나?

 

시카와 아무래도 말하는 캐릭터에 맞느냐는 게 더 중요하겠죠. 예를 들어서 "IPPON 그랑프리"(* 2009년부터 부정기적으로 방송되고 있는 일본 예능 프로그램. 여러 방송인이 출연하여 누가 오오기리를 더 잘하는지 겨루는 방송.)에서 넵튠(*일본의 개그 트리오)의 호리켄 씨 같은 분이 하면, 오오기리적인 발상으로서는 별로라고 생각되는 거라도, 캐릭터랑 맞으니까 재밌는 경우가 있잖아요. 중요한 건 캐릭터고, 금욕적으로 순수하게 소재만을 추구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베 그렇네요.

 

시카와 오오기리 같은 소재랑, 캐릭터의 인간성이 보이는 시시콜콜한 소재가 균형이 잡혀서, 캐릭터로 이어지게 된다면 이상적이겠네요.

 

아베 저는 역시, 만화에서의 캐릭터의 위치를 중시한다고나 할까, 그 순간만을 잘라내면 재미없을지 몰라도, 전체를 봤을 때 캐릭터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게 만화에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결말을 의외의 결말로 만들려고 한다면, 아무리 해도 캐릭터의 움직임이 제한되고 말 때가 있는데, 이럴 때 캐릭터를 잡을지 결말을 잡을지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럴 때는 캐릭터를 선택하죠.

 

-결말에 공들이는 것보다, 캐릭터를 세우는 게 우선순위가 더 높군요.

 

아베 단 한 번 읽힌다는 게 전제라면, 그건 결말이 강한 쪽이 좋겠지만요. 저는 여러 번 읽고 싶어지는 만화가 좋다고 생각해서요. 소재나 이야기의 구성의 정교함보다, 캐릭터나 감정, 분위기 같은 걸 그려야 몇 번이나 읽고 싶어지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심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립니다

 

-아베 씨의 만화는 공감을 강하게 일으키는 내용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독자를 겨냥하는 걸 고려하는 건가요?

 

아베 글쎄요. 저는 의외라고 생각하는데요.

 

-자신의 소재에 타인이 공명하는 게 의외라는 건가요?

 

아베 네. 극히 일부에밖에 전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렇게 많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습니다. 시카와 선생님은 독자가 알아 줬으면 좋겠다는 거나, 그런 걸 신경 쓰면서 소재를 고르시나요?

 

시카와 으음. 예를 들어서 "우울밥"의 감상을 보면, 어쩐지 "괴로워서 못 읽겠다"거나, "진짜 우울해진다" 같은 것들이 꽤나 많아서, 그건 의외였습니다. 우츠노 군은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좋아하는 걸 하는 느낌인데, 어떤 의미로는 이상적인 생활이지 않나요? 세간에선 얼마나 고독을 두려워하는 건지.

 

시카와 유우키 『우울밥』

 

아베 혼자서 밥을 먹을 뿐인데, 세간의 사람은 불쌍하다고 생각하잖아요.

 

시카와 그런가요. 또 자각하고 있으니까 낫다는 건, 알아 줬으면 좋겠네요. 우츠노는, 요컨대 저인데요, "분명하게 자신의 한심함을 자각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한심한 놈의 최고로 한심한 점은, 한심하다는 걸 자각하지 못하는 거잖아요.

 

아베 자각하고 있는 거랑 아닌 거랑은 상당히 다르잖아, 라는 걸.

 

시카와 맞아요, 맞아. 우츠노 군은 요정 고양이한테서 "이 자식 한심하다"는 말을 계속 듣거든요. 한심하다는 걸 알고 그리는 거예요. 그런 츳코미 부분이 없으면, 읽어도 불쾌할 뿐이지 않을까 해서요. 그 말 자체가 불쾌하다는 분도 있지만서도요…. 뭐, 애초에 불쾌한 만화예요.

 

탭의 연재진은 꽤나 WEB을 의식하고 있다

 

아베 탭에서 "사나기 양"을 그리는 거랑 관련해서, WEB용으로 뭔가 생각해 둔 게 있나요?

 

시카와 앗, 전혀 없어요. 있는 게 좋았으려나.

 

-아베 씨는 그런 걸 의식한 적이 있나요?

 

아베 WEB은 잡지랑은 또 독자층이 다르지 않을까 해서요. 평소에 하는 게 아닌 뭔가 다른 경향을 찾아야 한다든가. 저도 그리는 건 또 단편이라서, 하고 있는 건 "하늘이 잿빛이라서"랑 크게 다르지 않은 것도 같지만요.

 

시카와 탭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게, 예고 사이트의 캐치카피, "멋져, 기분 나빠, 정말 좋아." 이거요. 그거 엄청 좋았어요. 디자인도 포함해서, 아키타쇼텐은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베 탭의 작가진의 선출도 꽤나 WEB을 의식한 건가요. 작가성이 강한 타입의 작가분들이 모였네요.

 

-아키타쇼텐의 자유구 같은 걸지도 모르죠.

 

아베 아마, 평범한 이야기를 그리는 사람은 한 명도 없지 않을까요. 모두 다, 작품 안에 어딘가 평범하지 않은 거를 무조건 넣을 거 같아요(웃음). 그건 되게 기대되네요.

 

그림 왼쪽부터 시카와 유우키 『사나기 양』, 아베 토모미 『죽고 싶을 만큼 한심한 날들이 죽고 싶을 만큼 한심해서 죽도록 죽고 싶지 않은 날들』

 

-그렇군요. 서로 그려 줬으면 하는 작품 같은 건 있나요?

 

아베 시카와 선생님의 호러 만화는 읽고 싶은데요. 개그는 전혀 넣지 않고요.

 

시카와 몇 번인가 해 본 적은 있는데요. 엘레강스 이브(아키타쇼텐) 증간인 못토!에서 카라스야 사토시 선생님이 연재하는 "오토로시"를 읽었는데, 엄청 재밌어서, 못 이기겠다...고 생각했어요(웃음). 반대로 아베 선생님은 평범한 에세이 만화 같은 걸 그렸으면 좋겠어요. 개그 만화가의 평소 생활 같은 게 궁금하기도 하고.

 

아베 아무 일도 없어서, 엄청 재미없어요.

 

시카와 그래도, 아무 일도 없어도, 놀라울 정도로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걸 그리면 되잖아요.

 

아베 그거 재미없는 거 아닌가요(웃음).

 

시카와 아뇨, 아뇨, 재밌을 거예요. 일상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라는 거니까요. 그다지 자신을 들어내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사람일수록 그렸으면 좋겠어요.

 

아베 그리게 된다면 아마, 그다지 어둡지 않은 것조차도 엄청 어둡게 그릴 거 같아요(웃음).